격리해제 발표 열흘 만에 해외여행상품 구매 폭증…
여행수요 증가·유가상승에 항공권 가격도 오름세
오는 9월 결혼하는 이모씨(31)는 지난 주말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점찍어뒀던 항공권을 결제하려다 화들짝 놀랐다.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발표 소식이 들렸던 지난주 초보다 가격이 적잖이 올라 있어서다. 이씨는 "3월을 넘기면 가격이 더 뛸 것 같아 부랴부랴 결제했다"면서도 "이럴 줄 알았다면 더 빨리 결제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코로나19(COVID-19)가 가로막았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며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년 넘게 억눌려 있던 보복여행 심리가 커지면서 항공권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는 분위기다. 여행업계는 봇물 터진 여행심리에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가격 부담 리스크가 찬물을 끼얹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방역당국이 백신접종 해외입국자에 대한 격리를 면제하는 봉쇄완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지역인 미국령 사이판이나 싱가포르 뿐 아니라 해외여행 향수가 큰 지역인 유럽이나 골프·휴양을 즐길 수 있는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 인기 여행지를 다녀와도 곧바로 격리 없이 활동할 수 있어서다.
국내 대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 간 3200명이 패키지여행 상품을 예약했다. 6787명의 패키지 여행객을 송출하는 데 그쳤던 지난해 한 해 농사의 절반에 달하는 실적을 단 열흘 만에 올린 셈이다. 여행심리가 다소 상승했던 직전 열흘(3월1~10일)과 비교해도 93.7% 증가한 수치다.
인터파크의 여행사업부문인 인터파크투어 상황도 비숫하다. 지난 11일부터 일주일 간 해외항공권 예약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월 동기간보다 해외항공권 예약이 234% 늘었다. 주요 노선에 속하는 미주, 유럽, 동남아가 각각 239%, 248%, 24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종 여행 커뮤니티가 활기를 찾기 시작하고, 여행사 문의전화가 부쩍 늘어나고 있지만 일각에선 여행호황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행업종이 정치·경제적 외생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 관련 리스크들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우선 항공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줄어든 국제노선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행수요가 늘어나며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현재 베트남 하노이 등 동남아행 왕복 항공권 가격대는 70만원 안팎을 보이고, 미국 LA로 다녀오는 항공권은 200만원대에 거래되는 등 최근 10~20만원씩 상승세를 보였다.
다음달부턴 항공권 가격이 더욱 오를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가 급격히 오른 영향이 유류할증료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대한항공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3월보다 4단계 뛴 14단계로 결정됐다. 2016년 거리 비례구간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단계로, 4월 유류할증료는 이달보다 최대 50% 이상 오르게 된다.
본격적인 해외여행 정상화 시기에 항공권 구매부터 부담이 생기며 여행심리가 둔화할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여행 고급화 바람이 부는 등 여행 제반비용이 올랐다"며 "항공권 가격까지 오르면 코로나 이전보다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여행업계에선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해외여행 모객을 통해 업황 정상화부터 도모한단 계획이다. 인터파크투어는 오는 31일까지 인기노선 항공운임을 20% 할인하고 PCR(유전자증폭) 검사비를 할인해주는 여행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박정현 인터파크 항공사업부장은 "유류세 상승으로 항공권 가격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며 "여행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안정된 항공 운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