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유럽연합이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다.
아직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남아 있지만, 최대 고비로 꼽혀온 유럽 문턱을 넘으면서 세계 10위권의 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조건부 승인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운수권 반납 등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합병 효과를 둘러싼 의구심도 여전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는 지난해 5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게 되면,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주요 여객·화물 노선의 독과점 가능성을 들어 시정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과 중복으로 운항하는 유럽 4개 도시 노선(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의 운수권과 슬롯(공항 이착륙 허용 횟수)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넘기는 방안 등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마련했고, 이를 지난해 11월 유럽연합 집행위에 제출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은 제주항공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4개 도시 노선은 티웨이항공 인수가 유력한 상황이다.
유럽연합의 심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왔다. 유럽연합은 시장 경쟁이 제한될 것을 우려해 기업 결합 심사에서 다른 나라보다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두 항공사 기업결합은 14개 나라 가운데 13개 나라의 심사를 마치게 됐다. 앞서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는 지난달 31일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미국의 심사만 통과하면 기업결합은 최종 마무리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은 만큼,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도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두 항공사 기업결합이 성사되면 1988년 아시아나항공 출범 이후 36년 동안 이어진 국내 항공업계 양강체제가 통합 대한항공 독주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투자설명서와 분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들 항공사 항공기는 각각 156대, 79대로 합병 법인의 항공기는 모두 235대다. 유럽 최대 항공사 가운데 하나인 에어프랑스(255대)와 어깨를 겨룰 만한 규모의 항공사가 출범하게 되는 셈이다.